대략 8년 전 친구와 자취를 한 적이 있었다.
똑같이 영화에 미쳐있던 우리 둘은 쉬는 날에는 자빠져서 집에서 집어온 19인치 티비와 낡은 비디오 데크로 영화를 주구장창 봤었는데, 그날 우리가 본 영화는 (아마도) 회사에 종종 오곤 했던 '비디오 아저씨'에게서 12000원 주고 구입한 무삭제 <듄>이었다.
한창 영화를 보고 있는데, 친구녀석 왈, 저 여자 숀 영 아니냐?
듣고 보니 확실히 숀 영이었다. 그것도 아주 아주 젊은.
숀 영이 폴 아트레이드의 연인 차니로 나왔던 <듄>을 다 보고나서 갑자기 <블레이드 런너>가 보고 싶어졌다.
친구를 꼬드겨 일전에 사두었던 정품 비디오를 데크에 집어넣었다.
<블레이드 런너>까지 다 보고나자 이번엔 갑자기 <에이스 벤츄라>가 또 보고싶어져서 친구더러 비디오가게에 갔다오자고 했다.
그때 친구의 반응은, "크아아아아아아아악!!!!!"이었다.
세 편 내리 숀 영의 얼굴을 보면 미쳐버릴 거 같다나.
그러고보니 숀 영이 나온 영화는 달랑 네 편, <블레이드 런너>, <듄>, <에이스 벤츄라> 그리고 <닥터 지킬과 미스 하이드> 요정도라는 사실은 저으기 놀랍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노 웨이 아웃>이나 <월 스트리트>에 나왔던 숀 영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1959년생인 숀 영은 발레를 전공했고 뉴욕에서 댄서를 하다가 1980년에 데뷔를 했다고 한다.
1990년에 결혼해서 현재는 아들 둘을 둔 아줌마인 숀 영은 팀 버튼의 <배트맨>에서 비키 베일 역을, <배트맨2>에서는 캣우먼 역을 따려고 했지만 알다시피 모두 실패했다고. 더우기 비키 베일 역은 말타다가 떨어져서 날려버렸다나 뭐라나.....
또한 <레이더스>에선 해리슨 포드의 상대역 마리온 역으로 테스트를 받았지만 역시 낙방, 마리온 역은 이름도 낯선 카렌 앨런이란 배우가 가져가버렸다.(이상 IMDB 출처)
뜬금없이 이 숀 영이란 배우가 떠오른 것은 모 블로그에서 본 <헤드 스페이스>란 영화에 엄마로 나와서 초반에 아빠한테 총맞고 얼굴 반이 날아가 죽는 스샷 때문인데, IMDB를 보니 그동안 티비와 영화를 오가며 참 많은 작품에 나왔더라.
그랬건 저랬건, 나에게는 그동안 본 달랑 네편의 영화에서 웬지 존재감 없거나 거의 데미 무어 수준으로 오바하는 모습만이 남아있다. 그래도 친구녀석을 경악케 했던 그 우수수한 마스크도 나이를 먹으니 적당히 보기좋게 퍼진 게, 이제는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뭐, 최근작을 못봐서 뭐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데미 무어나 샤론 스톤처럼 늙어서 주책을 부리지는 않는듯.
34살의 나이에도 32-25-34의 몸매를 유지했다는 숀 영은 현재 2007년 개봉예정으로 한창 시나리오 작업중인 <하베스트 문>이란 SF 영화에 캐스팅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