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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병쟁이의 겨울노래] 이야기 소묘 - 2006년 03월 09일 14시 40분
2006년 03월 09일 14시 40분 2006년 03월 09일 14시 40분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불었고, 차가운 비가 내렸다.
비는 다시 진눈깨비가 되었고, 나는 거대한 도시의 뒷골목을 걸었다.
거대한 도시의 뒷골목은 온통 검다. 온통 검은 빛이다. 지금도.
나는 기침을 했다. 한참동안, 허리를 숙이고 숨이 끊어질 듯한 기침을 했다.
거대한 도시의 검은 뒷골목에서, 나는 차가운 진눈깨비를 맞으며 상한 폐를 끌어안고 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어쩌면 그날, 거대한 도시의 그 검은 뒷골목에서, 녹아버린 물들이 흐르는 그 길 위에 쓰러졌던지도 모른다.
어쩌면 또, 나는 검붉은 피를 뱉았던지도 모른다.
거대한 도시의 뒷골목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눈은 내리다간, 거대한 도시의 대기로 들어서며 녹았다.
녹아서, 진눈깨비가 되어 내렸다.
나는, 눈을 그리워했다.
그래서 나는, 술을 먹었고, 담배를 피워물었다.
바람이 몸 속으로 들어가면 더운 내 몸을 식혀주었다.
나는 기침을 하면서도 즐거웠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웃을 수 있었다.
가끔씩은, 바보처럼 울어도 되었다.
담배연기가 내 주위에 자욱한 안개를 만들어주었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도 편안하다.
그날, 거대한 도시의 뒷골목에서, 차가운 진눈깨비를 맞으며 상한 폐를 끌어안고 걷던 그 겨울날에,
세상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너무나도 조용했기에,
그날은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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