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는 세계 3대 판타지라고 떠들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영국, 그것도 옥스포드 동문 3대 판타지라고 하는 게 맞을 듯. 걸작 판타지라면 위의 저 세편 말고도 초기에 어린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유명한 <해리포터> 시리즈가 있을테고, 미국쪽으로 넘어오면 어슐러 K. 르 귄 할머니의 <어스시> 시리즈나 로저 젤라즈니의 <앰버> 시리즈도 나름 막강하니까. 아 물론 저 두 사람은 기본적으로 SF 작가라는 게 좀 다르긴 하군. 하지만 아무리 르 귄이나 젤라즈니가 옥스포드에서 자리 닦은 학자를 겸업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스시>나 <앰버>가 말랑말랑 어린이용 기독교 교양동화 <나니아 연대기>보다 더 위대했음 위대했지 못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건 그렇고, 이 세 편의 판타지를 연결하는 축은 바로바로 옥스포드라는 영국의 대학교인데, 19세기에 태어나 이미 고인이 된 톨킨 옹이나 루이스 옹의 옆자리에 이제 막 환갑을 지난 필립 풀먼을 놓는다는 게 좀 이상하긴 하다. 대부분의 어린이를 포함한 사람들이 (상복없는) <해리 포터 시리즈>를 3대 판타지에 놓아야 된다고 아우성치겠지만 따지고 보면 저 세 편의 판타지는 옥스포드 뿐 아니라 또다른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으니, 바로 기독교적 가치관과 거기에 따른 선과 악의 대립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옥스포드 출신이 아닌데다가 시종일관 기독교적 가치관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해리 포터 시리즈>는 안타깝게도 3대 판타지에서 탈락 되겠다. 그렇다고는 해도 내 기준에서는 어디까지나 [옥스포드 동문 3대 판타지]일 뿐이니, 괜히 잘나신 평론가 양반들이 금 그어놓은 기준에 올라타서 난리치지 말고 그냥 나름대로 세계 3대 판타지 대충 뭉뚱그려서 그 안에 <해리 포터 시리즈> 집어넣으면 될 일이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을 쓴 존 도널드 루엔 톨킨은 1892년에 태어났고 1권인 <반지 원정대>가 출간된 것은 1954년이다.
-<나니아 연대기> 7부작을 쓴 클라이브 스테이플스 루이스는 1898년에 태어났고 1권인 <사자와 마녀와 옷장>이 출간된 것은 1950년이다.
-<황금나침반(그의 검은 물질)> 3부작(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2003년작 <리라의 옥스포드>의 정체는???)을 쓴 필립 풀먼은 1946년에 태어났고 1편인 <황금나침반(북국의 빛)>이 출간된 건 1995년이다.
보다시피 살아생전 사이 돈독했던 톨킨옹과 루이스옹에 비하자면 풀먼은 거의 손자뻘이라고 해도 될만큼 세대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황금나침반>을 굳이 3대 판타지라는 묶음에 억지로 집어넣는 이유는 니콜 키드만의 미모 말했다시피 이 세 편이 기독교적 가치관의 바탕 위에 씌여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웃긴 건 독실한 크리스찬이었기 때문에 결국엔 악을 물리치는 선의 활약을 그리는 데 중점을 둔 두 영감님과는 달리, 풀먼은 권력으로서의 종교를 거의 악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기독교만세를 불러주신 루이스 영감님 때문에 <나니아>는 달랑 세 권만 사읽고 말았다. <카스피안 왕자>에선 이슬람 문명틱한 요소도 들어오긴 했지만, 결국 야훼나 알라나 그게 그거 아닌가.. 어쨌든 그래서 고백컨데 <나니아> 시리즈의 막판은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다.) 이걸 세대차이라고 봐야 될지, 아니면 전후세대로서의 치기어림으로 봐야 될지는 모르겠다만,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이냐의 차이가 있달뿐, 결국은 세 편 다 선과 악의 대판 쌈박질을 그려내고 있다.
세 판타지의 가장 극명한 차이는 세계관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축했냐, 또는 등장인물들이 얼마나 매력적이냐 보다도 소설로서 문체가 어떠하냐일 거 같다.
<반지의 제왕>은 비록 (동화책인)<호빗>의 연장선 상에 있긴 하지만 문체나 전개방식에 있어서 "이건 에픽입네"하는 필을 강하게 던져준다. 때문에 초기 진입이 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장난 아니게 광대한 세계관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에 수시로 튀어나오는 주석들에 빠지다보면 본문진행이 심각하게 곤란해질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일부에선 [서양의 삼국지]라는 말도 들을 수 있으며 낮은 연령대일수록 맘먹고 독파하기 힘든 단점이 있지만 반대로 한번 빠지고나면 웬간해선 헤어나오기 힘든 매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그러니 <실마릴리온> 값 좀 내려주셈!!!)
<나니아 연대기>는 신학자가 쓴 동화책스럽게도 아주아주 쉽게 읽힌다. 게다가 중간중간 삽화까지 들어가 있는데다가 책도 얇으니 이 어찌 좋지 않겠는가. 문체또한 그래서 그런지 초등학생 고학년을 위해 쓴 것마냥 말랑말랑하기 짝이 없다. 때문에 <반지의 제왕> 스타일을 생각하고 읽었다간 일단 책의 두께에서부터 급실망하기 십상일라나.
<황금나침반> 3부작은 영화개봉에 물타기로 새로 찍어 나온 판본의 경우 <반지의 제왕>을 능가하는 책 두께를 자랑한다. 하지만 막상 펼쳐보면 그냥 무난한 정도의 문체랄까. 가끔 너무나도 심심한 문체 때문에 오히려 제자리 맴돌이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 사이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겠다. 따지자면 분위기 때문에 아주 집중적으로 분석번역된 <반지의 제왕>에 비해 너무 날림번역된 느낌이 없지 않고, 때문에 문체의 심심함이 생겨버린 건 아닌가 싶지만(원본을 읽어보질 못했으니 원) 그래도 듣보잡 판타지 소설들보다야 읽기 훨씬 편한 건 사실이다. 게다가 분위기 자체가 워낙 팍팍하고 건조해서 오히려 무난한 문체가 더 어울리는 것도 같고.
세계관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축했나로 들어가보자. 이 점에 있어선 평생+자식대까지 이어서 미들어스 가꾸기에 바친 톨킨 영감님 부자를 따라갈 자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조커 성단의 설정이 방대해도 미들어스의 세 시대 앞에서는 깨갱할 수밖에 없을 듯. 그도 그럴 것이, 마치 "빛이 있으라" 처럼 아슬란이 어흥하니 생겨난 나니아는 딱 어린 아이들에게 기독교적 가치관의 베이직을 배포하기 좋을만한 용량이고, 권력화한 종교에 대항할 순수한 소년소녀의 활약상을 그리기 딱 좋을만한 더스트가 판치는 평행우주는 알레시오미터가 파악 가능할만한 사이즈이지만, 톨킨 영감님은 전쟁터에 나갔다가 죽다 살아나서는 거대한 악을 몸소 경험했다고 했으니, 역시 목숨의 무게는 꽤 나가는 모양이다.
그리고 캐릭터들의 매력을 함 보자면...... 뭐 심하게 예수틱한 아슬란이나 딱 초딩스러운 리라 또는 무슨 복수의 화신스러운 아스리엘 경보다는 아라고른이나 간달프, 또는 레골라스와 김리의 꺼꾸리와 장다리 콤비가 더 매력있다. 아, 물론 세라피나 여왕님이나 니콜 키드만의 콜터 부인은 예외. 음.... 그러고보니 이오렉도 나름 멋있고 중간에 죽어버려서 안타까웠던 리 스코스비도 나름 멋진 캐릭터였다. 부모 잘못만나서 어린 나이에 죽어라 고생하는 윌도 맘에 들고. 그러고보니 그동안 영국문학들로 접해본 영국의 아해들은 대부분 짜증 만빵이네. 뭔놈의 애들이 자기밖에 모르고 툭하면 징징거리는 데다가 충분히 배려를 해줄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내 고민부터 해결해달라고 빽빽대기만 하니 원.... 그런 경험들(..에는 해리와 그 친구들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을 보건대, 윌 패리는 너무 심하게 사려 깊은 아이다. 역시 애들은 강하게 커야돼...-_-
써놓고보니 <나니아>를 싫어하는 취향이 너무 강하게 묻어난 거 같은데, 어쩌랴. 원래 노골적인 종교색을 싫어하는 걸. 그리고 영화를 가지고 비교해봤음 더 재밌었을텐데, 안타깝게도 아직 <황금나침반> 영화를 못 본 지라......
뭐 나중에 영화보고 나서 추가로 떠들 거리가 생기면 그때가서 업데이트하든지 하고, 일단은 요까지. 끝.
절대 [링]을 꼬추에 낀 짜리몽땅 엘프, 기억에 그를 처음 본 건 팀 버튼의 <화성침공>에서 옷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허연 배를 드러내고 열심히 모래주머니를 날라대다가 결국엔 성조기를 흔들며 장렬히 산화해간, 가족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뚱띵이 해병대 졸병이었다. 그때는 그저 낄낄거리며 와 팀 버튼의 영화는 바로 이런맛에 본다니깐 하고 넘어갔는데, 그 뚱띵이가 알고보니 별의별 기기묘묘한 재능을 그 동그란 뱃속에 감추고 있는 물건일 줄이야.
그후 세월이 흘러흘러 <스쿨 오브 락>, <터네이셔스 D>, <나초 리브레>를 차례로 보며 저 정도의 재능이면 외모따위야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그 뚱띵이는 바로 잭 블랙이라는 영화배우 겸 싱어송라이터다. 전혀 주인공틱하지 않은 외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체할 수 없는 그 끼 때문에 잘나가는 배우가 된 류씨 형제 가운데 동생처럼, 잭 블랙도 [어딜봐서!] 스타일의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그놈의 끼 때문에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헐리우드의 배우이다.
1969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UCLA에서 공부하고, 팀 로빈스의 <밥 로버츠>로 정식 데뷔한 뒤 티비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조연, 그리고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조그만 영화들의 주/조연을 거친 그는 역시 팀 로빈스의 [액터스 갱] 멤버였고 13살에 클래식 기타로 줄리어드를 졸업한 카일 가스와 함께 터네이셔스D라는 락-코메디 밴드를 만들어 싱어송라이터로도 활동하는 동시에 <스쿨 오브 락>으로 연기와 음악 어느 것 하나도 빠지지 않는다는 걸 증명했다.
10년이 훨씬 넘어가는 기간 동안 잭 블랙의 필모그라피는 화려하기 그지없을만큼 풍성한데, 지금은 그 가운데 내맘대로 [루저 3부작]이라고 이름붙인 저 위에 세편만 들춰보려고 한다.(사실 그가 원톱 또는 투톱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를 본 게 달랑 저 세편이기도 하다.-_-;;;)
감독이 다 제각각이긴 해도 이 세편의 영화는 모두 비슷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는데, 1. 졸라 우울한 환경의 뚱보가 별볼일 없이 존재한다. 2. 근데 이 뚱보는 타고난 낙천성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 3. 몇바탕의 우여곡절을 겪고나서 4. 잘 끝난다. 이렇게 구성돼있다.
영화가 시작하면 잭 블랙은 언제나 루저이다. 깐깐한 기독교 가정환경을 못견디고 가진 거 없이 기타 하나만 들고 집을 뛰쳐나오거나, 혼자 날뛰는 걸 못마땅해하는 동료들로부터 퇴출 당해 땡전한푼 없는 날백수가 되거나, 천애고아로 멕시코 시골의 한 고아원에서 구박덩어리 불목하니 수도사로 인생낭비하거나 하는 게 그의 시작이다. 그 이후 그를 이끌어주는 건 어리석을만큼 순수한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악마적인 운명의 피크에 대한 집착이거나, 어쩌다보니 아이들의 재능을 이끌어내야겠다는 교사로서의 의무감이거나,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동경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평범한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따라갈 수 없는 재능이 존재한다. 말하자면 이 세편의 영화는 재능과 열정이 있는 멍텅구리를 전혀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 던져놓고 바둥거리며 기어올라오는 모습을 지켜보며 낄낄거리게 하는, 다소 가학적인 코메디인 거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코메디의 끝은 적절한 감동이고.
먼저 (솔직히 감독의 이름이 먼저 들어오는)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스쿨 오브 락>. 이 영화의 주인공인 드웨이 핀은 말하자면 헐리우드판 김봉두라고 할만한데, 김봉두가 뼈속까지 속물이라면, 드웨이는 뼈속까지 뮤지션인 속물이다. 그는 이력사기와 위장취업, 소아납치 등의 과격한 방법을 써가며 자기의 성공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기의 재능을 남김없이 쏟아낸다. 모두다 자기 잘되자고 저질러놓은 짓거리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문제가 터지자 아! 갑자기 깨달음을 얻고 그동안 자기가 착취해왔던 순진한 아이들을 무대앞으로 내민다. 그리고 결말은 아이들과 모두 다 같이 잘되는 해피엔딩. 하지만 시종일관 자기자신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그가 갑자기 아이들의 부모와 교장 앞에서 참교육교사가 돼버리는 마지막 장면은 무진장 뜬금없다. 사태가 (정해진 수순대로) 잘 풀렸으니 망정이지, 만약 주인공 또는 아이들의 재능이 쪼금이라도 모자랐더라면, 그래서 마지막 시상식에서 1등 먹은 밴드 대신 청중들이 "스쿨 오브 락!"을 외쳐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사실 아이들을 키워내는 동력의 반 정도는 어른의 이기심이라는 걸 알고는 있다. 그게 너무 전면에 나서버리니까 영화를 보낸 내내 불편함 때문에 불안불안 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문제적)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이기 때문에 일부러 이런 불편함을 박아넣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헐리우드 영화이기 때문에 해피엔딩으로 끝내기는 하지만, 당신들은 영화를 보면서 어른이 얼마나 자기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아이들을 어떻게 착취하는 지 좀 알라, 는 게 감독의 메시지랄까. 대신 니들이 드웨인 핀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결론은 절대 해피엔딩일 수 없으니 잘 생각해보라, 는 건 서비스고. 그렇다면 잭 블랙은 감독의 메시지에 이용당한 거네. 그래도 드웨인 핀은 즐겁다. 왜냐면 그는 어차피 루저였으니까. 더이상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자기의 재능을 메시지에 이용당해도 괜찮았을 거다. 게다가 잘하면 대박이고 못해도 본전인 상태에서, 그는 대박을 칠 수 있는 재능과 뻔뻔함을 가지고 있었다. 이게 잭 블랙식 루저이고 다른 평범한 루저들과의 차이점이다. 세상 모든 루저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상당히 열받는 캐릭터인 것이다.
재능에 대해 좀 더 말하자면 <나쵸 리브레>의 나쵸 역시 세상 모든 루저들을 열받게 만드는 루저다. 일단 시작은 세상 모든 루저들보다 더 처참하다. 멕시코 깡촌마을의 작은 수도원에 사는 나쵸는 천애고아에다가 정규교육은 하나도 못받았고 할 줄 아는 거라곤 꿀꿀이죽에 가까운 스튜를 끓여서 수도원의 수도사들과 고아들의 식탁에 내놓는 것 뿐이다. 가끔 희한할 정도로 음악적 재능을 발휘하곤 하는데, 그런 재능이 멕시코 깡촌 수도원에서 먹힐만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음악적 재능이 먹히지 않자, 그는 다른 재능을 뽑아낸다. 그건 바로 프로레슬링. 그런데, 정말 보기에도 안쓰러울만큼 삐쩍마른 에스퀠리토에게도 얻어맞고 뻗는 그에게 프로레슬링의 재능이 있긴 있는 걸까? 여기서 그는 또 세상 모든 루저들을 배신한다. 그는 자기가 맡아키우다시피하는 수도원의 아이들과 사랑하는 수녀님을 태우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버스 그 하나를 위해 챔피언과 대적한다. 그리고 목적하는 바를 이루고야 만다. 승패따위는 어차피 중요하지 않다. 애초에 상대가 되는 게임도 아니고, 지면 당연한 거, 이기면 헐리우드 영화니까 하는 영화적 판타지아 들이대기가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최선을 다하다 보면 결국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한다면 세상 모든 루저들의 반 정도는 아마 구원받을 거다. 하지만 실제 세상은 만만찮기 때문에 세상 모든 루저들의 대부분은 여전히 루저의 신세를 못 벗어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잭 블랙의 모든 음악적 재능이 남김없이 다 때려들어간 <터네이셔스D>의 뚱땡이 듀오는 오히려 세상 모든 루저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위의 두 편이 감독의 메시지를 위해, 또는 더할나위 없이 착한 영화가 되기 위해 해피엔딩을 선택했다면, 이 영화는 결과따위야 어찌 됐든 그저 신나게 놀고 낄낄거릴 수만 있으면 된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한다. 해피엔딩? 혹시라도 막판 악마와의 대결에서 어떻게 어떻게 이기고, 하지만 결국 운명의 피크는 잃어버리고, 그래도 둘의 재능이 다시 빛을 뿜어내서 우리는 터네이셔스D라는 재기넘치는 듀오밴드의 콘서트에 참여한 100만 관중들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라는 결말을 예상했다면, 틀렸다. 영화의 어이없을만큼 허탈한 엔딩은 보통 관객을 우롱하기에 충분하지만 어차피 우울한 결말의 연속 속에서 살고있는 세상 모든 루저들에게는 동지애를 느끼게까지 해준다. 영화는 시작하기 전에 THX 인증로고를 웃기게 패러디한 그 분위기를 마지막 장면까지 지키는 지구력을 가지고 있다. 어설픈 메시지나 감동을 넣지 않고 끝까지 웃기려고 작정하는 이 영화야말로 잭 블랙식 루저 코메디의 에센스가 아닐까 한다. 뭐 백마디 말보다는 한번 보는게 더 나은 법.
터네이셔스D가 음악을 맡은 <터네이셔스D>의 OST 가운데 두 곡 남겨놓고, 더 쓸말이 떠오르지 않으므로 이만. 혹시라도 맘 내키면 수정/보완될 지도 모름.
2008년 1월 11일, 미국에서 영화 한 편이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 제목은, <왕의 이름으로:던전 시즈 이야기(In the Name of the King: A Dungeon Siege Tale)>라고 한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개스 파워드에서 제작하고 M$에서 배급한 롤 플레잉 게임 <던전 시즈>에 기초하고 있다(고 한다). <던전 시즈>는 웬만큼 RPG에 관심있는 사람은 다 알만큼 유명한 게임으로, <디아블로>의 뒤를 이을만한 수작 액션RPG 소리를 들었던 게임이다. 물론 묻지마식으로 쏟아지는 아이템을 관리하기 참 거시기하다는 점과 블랙아일-바이오웨어 콤비의 포가튼 렐름 시리즈만큼 스토리와 캐릭터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전체 맵을 단 한번의 로딩으로 끝내버리는 기술력만큼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그렇다면 이 게임을 영화화하는 사람이 과연 누구냐면..... 이 포스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하필이면) 그 유명한 우웨 볼 대인 되겠다. 니미.
IMDB에서 뜯어온 약력과 트리비아
우웨 볼(Uwe Boll), 독일식으로 발음하면 우베 볼. 1965년 6월 22일, 독일 베르멜슈키르헨(발음 맞냐?) 태생. 어릴 때부터 슈퍼 8밀리와 비디오로 영화를 만들었고, 좀 커서는 뮌헨과 비엔나에서 영화를 공부. 문학과 경제학을 공부했고, 1995년에 문학박사 학위를 땄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Taunus Film-Produktions GmbH에서 영화를 제작했고, 현재는 1992년에 설립한 Boll Filmproduction and Distribution GmbH의 수석제작자로 활동하다가 2000년에 Boll KG을 설립하고 제작자, 감독, 각본가로 활동하고 있다.
별명은 The Master of Error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히트맨:코드네임 47>이라고 하고(아, 시바 다행이다. 벌써 딴 사람이 영화화 해서...), 2005년엔 <씬 시티>를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고 했단다. 2006년엔 그 유명한 악평평론가와의 권투맞짱 이벤트를 펼치기도. 자기 영화에 악평을 한 사람이 한두명이 아닐텐데 그걸 갖고 또 권투로 맞짱까지 뜬 걸 보면 참 어지간한 꼴통이란 생각이 든다.
뭣보다도 우웨 볼은 IMDB 가장 후진 영화 100선에 혼자서 무려 세 편의 영화를 올려놓은 걸로 유명한데, 문제는 이 세 편의 영화가 모두 게임판에선 수작 소리 들었던 작품들이라는 거. 2007년 12월 현재, <블러드레인>은 평점 2.6으로 다른 2.6대 영화들이 치고 올라와 잠시 빠져있는 중이고, <어둠 속에 나홀로>는 평점 2.2로 현재 44위, 그리고 <하우스 오브 더 데드>는 평점 2.0으로 현재 27위에 랭크돼있다. <하우스 오브 더 데드>의 이 순위는 한때 어둠의 영화판을 뜨겁게 달궜던 전설적인 사상 최악의 영화 <트롤2>를 누른 순위로, <트롤2>는 현재 평점은 2.0으로 같지만 순위는 32위로 랭크돼있는 상태다. 아마 어지간히 작심하지 않는 한, 아무도 IMDB 워스트 100에 혼자 영화 세편 올려놓을 수 없을 거란 점에서 역시 우웨 볼은 [대인] 소리 들을만 하다고 보겠다.
그는 지금까지 세번 영화제에 노미네이트 된 적이 있는데, 그중 [정상적]인 것은 막스 오퓔스 페스티발에서 1994년작 <Amoklauf>가 노미네이트 된 거 하나뿐이다. 나머지 둘은 그 이름도 유명한 골든 라즈베리(요새는 [Razzie Award]로 이름이 바뀐 듯)에 노미네이트 된 것인데, 2006년에 <어둠속의 나홀로>로 워스트 감독상에, 2007년엔 <블러드레인>으로 워스트 감독상에 노미네이트 됐었다. 안타깝게도 2006년엔 <더티 러브>란 듣보잡 영화를 만든 존 말로리 어셔에게, 2007년엔 <레이디 인 워터>를 만든 나이트 샤이아말란에게 감독상을 뺐겼다. 참고로 <블러드레인>은 그해 라지 어워드(골든 라즈베리)에 최악의 작품상, 최악의 여우주연상(크리스티나 로켄), 최악의 남우조연상(벤 킹슬리), 최악의 여우조연상(미셀 로드리게즈), 최악의 감독상, 최악의 각본상(우웨 볼) 등 무려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는데 하나도 수상하지 못했다.(이걸 다행이라 해야할지 불행이라 해야할지...) 아무튼 아카데미상 수상자인 벤 킹슬리까지 몰락시키는 그의 포쓰란.... *라지 어워드에 대해 좀 더 구경하고픈 분은 http://www.imdb.com/Sections/Awards/Razzie_Awards/ 여기로. 얘네 자체 사이트도 있지만, 한번 들어가봤더니 낼름 바이러스 경고를 받은 관계로 일단은 비추.*
자, 이쯤에서 그의 필모그라피를 훑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다행히도 난 그의 영화를 한편도 본 적이 없다. 휴우..... 예고편들은 워낙 즐기기 때문에(퀵타임HD트레일러 맹신자) 몇번 본 적 있지만....
감독작 1991년 <독일 튀김 영화(German Fried Movie)> 1993년 <Barschel - Mord in Genf?>(뭔소리냐) 1994년 <Amoklauf> 1997년 <Erste Semester, Das> 2000년 <Sanctimony>(티비용, 이 작품부터 영어로 만들기 시작) 2002년 <블랙우드(Blackwoods)> 2003년 <하트 오브 아메리카(Heart of America)> 2003년 <하우스 오브 더 데드(House of the Dead)> 2005년 <어둠 속에 나홀로(Alone in the Dark)> 2005년 <블러드레인(BloodRayne)> 2007년 <왕의 이름으로:던전시즈 이야기(In the Name of the King: A Dungeon Siege Tale)> 2007년 <씨(Seed)> 2007년 <포스탈(Postal)> 2007년 <블러드레인2:해방(BloodRayne 2:Deliverance)> 2008년 <터널 랫츠(Tunnel Rats)>(포스트 프로덕션) 2008년 <파 크라이(Far Cry)>(포스트 프로덕션)
일단은 IMDB에 의거한 거라 년도가 맞지 않는 게 좀 있다. <왕의...>는 현재 2008년 1월로 개봉일자가 잡혀있고, <시드>나 <포스탈>은 아직 개봉일자가 나와있지 않다. 2005년작이라는 <블러드레인>이 2007년 라지 어워드에 출품된 걸 보면 IMDB의 영화년도가 좀 제멋대로인 듯 하다.
암튼지간, 독일에서 만든 영화들과 초기영어작품 세편은 별로 논할 가치가 없는듯 하고, 본격적으로 게임을 가져다가 조져놓기 시작한 <하우스 오브 더 데드>부터 보자면, 일단 원작게임은 오락실에선 참 인기만빵이었던 게임이다. 이제는 호러나 스릴러를 그다지 즐기지 못하게 된 앤님도 연애시절엔 이 게임을 참 좋아해서 만날 강남역 씨티극장 뒤 골목에 있던 오락실에서 둘이 열심히 총질했던 기억이 있다. 난 총 들고 있자니 팔이 아파 사실 별로 좋아하진 않았지만.....(내색도 못하고...-_-;;) 나중엔 피씨용으로까지 포팅이 되어 아주 범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게임인데, 영화를 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이건 뭐...... <어둠 속에 나홀로>와 <포스탈>, <파 크라이>는 게임을 해본 적이 없지만, 나름 유명한 게임들이고, 특히 <어둠 속에 나홀로>는 고전 호러 게임으로 꽤나 유명한 작품이다. <파 크라이> 역시 작품성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픽카드 벤치마킹 때마다 종종 나와주는 게임이고, <포스탈>은 잔혹성과 도덕성 때문에 한때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포스탈>과 <파 크라이>는 아직 영화가 나오질 않았으니 넘어가고, <어둠 속에 나홀로>는 [어둠 속에 개떼들]이란 컨셉으로 급전환 됐다고. 예고편과 다른 사람들이 올려놓은 스틸컷들을 보니, 이건 뭐 원작의 느낌은 저 멀리 퀘이사 성운으로 날아가버린 듯. <블러드레인>은 예고편을 보고나서 참 한숨 많이 쉬었었는데, 생각해보니 예전 개이버 블로깅 시절 끄적였던 게 생각났다.
액션 게임을 즐겨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빨간 머리를 흩날리며 쌍칼을 휘둘러 좀비와 나찌를 두동강내는 [레인누님]을 본 적이 있으리라.
식후 소화타임을 즐기며 심심풀이로 블러드레인2의 트레일러를 보다가 찾아간 블러드레인2 공식 사이트에서 발견한 배너, <BloodRayne the Movie>에 놀라 따라가보니, 거기에는 벌써 이름 모를 감독에 의해 레인누님이 스크린 등극의 준비를 착실히 마쳤다고 한다.
한시대를 풍미한 라라 크로프트의 인기를 능가할만한 레인누님의 매력을 드디어 영화로 확인할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감으로 눌러본 스틸컷에 나타난 레인의 얼굴은..... 대략 난감.-_-
티삼이를 보면서 그 쳐진 가슴에 저으기 실망하며 차라리 레터박스로 짤라버리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할만큼 (모델출신 주제에!!!) 몸매가 심난한 크리스티나 로켄과, 폴리곤과 텍스쳐로 이루어진 블러드레인을 비교해보자면 아무래도 살아 숨쉬는 크리스티나 로켄이 더 나아야 될테지만!!!! 기실 시신경을 통해 정보를 보고받은 대뇌피질은 3D 데이터가 낫다..라고 말해버린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생인듯한) 제작사는 독일 출신의 (발음도 애매한) 볼 씨에게 감독을 맡겼는데, IMDB에서 확인해본 바, 이 인간, 게임원작 영화들이 헐리우드에서 줄줄이 물먹고 있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우스 오브 데드>부터 해서 <얼론 인 더 다크>, <블러드 레인>, 거기다가 <파 크라이>까지 아주 게임원작 영화들로 필모그라피를 장식할 작정인듯 하다.
게임원작 전문 감독 폴 W.S. 앤더슨의 필모그라피에서 제일 나은 영화가 <이벤트 호라이즌>이란 점을 볼 때, 볼 씨는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좀 심각하게 고민해야될 필요가 있을 듯.
건 글타치고 암튼 영화는 뭘 믿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캐스팅 하나는 그래도 낫다. 예고편에서 확인할 수 있는 마이클 매드슨, 벤 킹슬리에 더해 미셸 로드리게즈와 제랄딘 채플린(찰리 채플린의 딸), 마이클 파레(푸핫!!!), 미트 로프(크아앗!!!), 빌리 제인(에엥????), 그리고 우도 키에르(도대체 언제까지 뱀파이어 영화에 나올거야아!!!!!!!!!!!!!!!!!!!!!)까지 나름대로 연기력 검증된 배우들이 좌악 포진해있다. 아무래도 제일 딸리는 건 주인공 레인누님을 연기해야될 크리스티나 로켄있겠지. 쯧쯧.....
개인적으로는 너무 착실한 몸매를 분장하든지 보강하든지 해서 커스틴 던스트가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커스틴 던스트와 레인누님의 광대뼈는 어딘가 동일감을 느끼게 한다) 혹시라도 그간 커스틴 던스트가 쌓아온 이미지와 레인누님이 안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보여준 클로디아의 카리스마를 되떠올려보시길. 데뷔시절 아놀드 슈왈츠네거를 연상시키는 크리스티나 로켄의 밋밋한 표정(예고편을 보라구, 예고편을!!!!!) 따위는 절대 범접할 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