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큐멘터리(mokcumentary) 또는 페이크 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라고 불리우는 영화의 서브장르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픽션을 마치 논픽션인양 포장해서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찍은 영환데, 찾아보기가 은근히 어려운 단점이 있지만 막상 보고나면 또 의외로 재미있는 장르지요.
흔히들 롭 라이너의 <이것이 스파이널탭이다>를 모큐멘터리의 기준점으로 잡고들 있는 거 같은데, 롭 라이너의 영화들이 재미는 있지만 막상 손은 잘 안가는지라 여태껏 본 적이 없군요. 뿐만 아니라 모큐멘터리라는 장르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찾아본 적은 한번도 없는 거 같습니다.
그러다가 몇년 전 부천영화제에서 피터 잭슨 특집을 열며 <포가튼 실버>를 상영했던 게 계기가 돼 언제부턴가 모큐멘터리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뭐 노력에 비해 소득은 없었지만요.(피터 잭슨 뉴질랜드 박스셋은 도대체 언제 나오는 것이냐아!!!!!!!!!!!!!!)
<드래곤 판타지>는 아마 가장 최근에 나온 모큐멘터리이지 않나 싶습니다.
2004년도 작인 이 티비용 영화는 아주 발칙하게도 우리가 판타지 운운하는 동네에서 아주 익숙한 드래곤이란 생명체가 공룡들이 판을 치던 시기부터 살아왔다고 진지하게 말합니다. 거기에 대한 과학적 고증도 물론 빼놓지 않지요.
이야기는 런던 박물관의 한 젊은 고생물 학자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는 자기 박물관에 전시된 티라노 사우르스 렉스의 화석에 정체불명의 발톱상처와 탄화된 흔적이 있음을 알고 한참동안 골머리를 끙끙 앓다가 결국 한가지 답안을 내놓습니다.
바로, 도마뱁(saurs)이 아니라 용(dragon)이 입힌 상처다...는 거죠.
그때부터 이야기는 이 티-렉스에게 상처를 입히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선사시대의 용부터 시작해, 공룡을 전멸시킨 대참사에서 어떻게 용들이 살아남았고, 신화와 전설이 판을 치던 중세시대에 이르러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한 용 가족의 이야기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용의 비밀을 캐는 젊은 학자와 각각의 시대를 풍미한 용들의 시점을 넘나들며 흥미진진한 재미거리를 던져주지요.
자, 여기 백악기의 폭군이 길 잃은 어린 용을 보고 입맛을 다시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이 폭군나리는 곧이어 나타난 어린 용의 엄마에게 드레곤 클로와 드래곤 브레쓰 콤보를 얻어맞고 세상 하직하게 됩니다.
바로 이 친구가 남들 다 안하는 짓을 기꺼이 떠맡아 할 바로 그 친굽니다.
지금은 티-렉스의 두개골에 난 발톱상처를 살펴보고 있군요.
솔직히 픽션이니깐 가능하지 실제로 저랬다간 (대체로) 보수적인 학계에서 매장당하고 결국 매드 사이언시스트가 되어 전인류에게 복수하겠다고 방방뜨기 딱 좋죠.
루마니아 산골 한 깊은 동굴에서 발견된 중세시대의 인간 시체입니다.
주변상황이 상황인지라 아주 썩지않고 보존상태가 좋군요.
이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는 어느 용 일가족의 비극으로 이어집니다.
용의 브레쓰에 대한 그럴싸한 설명 가운데 하나.
이 벌레는 몸속에서 합성한 화학물질을 이용해 마치 폭탄이 터지듯 몸 밖으로 강렬한 불꽃을 방귀 대신 쏜다고 합니다. 실재하는 곤충이라는군요.
루마니아의 산골 동굴에서 꺼내온 어린 용의 미이라.
이른바 해츨링이라고도 하지요. 음...-_-;;;;;;
도마뱀들공룡을 멸종시킨 대참사에서 어떻게 용들은 살아남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포레스트 드래곤. 이른바 동양용입니다.
얘네들은 대참사를 피해 바다로 피신했고 수만년동안 물속에서 살다보니 저렇게 뱀장어스러운 몸매를 가지게 됐다는군요.
바다속이 재미없어져 맞짱 뜰 상대 하나 없는 숲속으로 기어올라온 이놈들은 날개가 퇴화해 저렇게 도마뱀 스타일의 활강밖에는 못하게 됐답니다.
그리고, 알고보니 인류의 프로메테우스는 바로 이 숲용님들이었습니다.
"불은 원래 용들의 것이었다." 이 진리는 훗날 판타지 세계에서 "마법은 원래 용들의 것이었다."라고 바뀌게 됩니다. 키득키득
용들의 교미장면을 보고계십니다.
얘네들도 섹스를 레크리에이션의 하나로 봤던 모양입니다.
용의 알, 용알입니다.
일부 파충류가 그러하듯 얘네들도 온도가 낮으면 암컷이, 온도가 높으면 수컷이 태어난다고 합니다.
엄마는 온도를 높이기 위해 바위로 화덕을 만들어 그 안에 알을 넣어놓고는 브레쓰(-_-;;;;;)를 뿜어 알을 덮힙니다.
그리고 아빠는 엄마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아이스 브레쓰(-_-;;;;;;;;;;;;;;;;;;;;)를 뿜어 온도를 낮춥니다.
아무리 고등종족이라도 근친상간은 있었나봅니다.-_-
겨우 태어난 어린 드래곤해츨링의 위기상황입니다.
용감무쌍한 드래곤 슬레이어들이 간도 크게 드래곤 레어를 침입했지요.
결국 우리의 어린 드래곤은 날카로운 용사의 칼날에 쓰러져 저 위의 스샷에 있는 미이라가 돼버리고 용의 대는 여기서 끊기고 맙니다. 슬픈 용 가족의 비극.
사실 용만큼 매력적인 크리쳐도 드뭅니다.
[돈 맛 아는 마법사들]社의 <던전 앤 드래곤>을 필두로 수많은 판타지 세계에서는 용을 인간보다 훨씬 오래되고 훨씬 우월한 종족으로 설정해놓습니다.
거기다가 판타지에선 빠지지 않는 재미거리인 마법을 원래는 용들만의 것이라고 정의해놓음에 따라 용은 인간 따위는 발가락 끝에도 미치지 않는 위대한 존재가 돼버렸죠. 뭐 힘, 덩치, 지혜, 지식, 카리스마, 수명, 마법 등등등.... 용은 신과 악마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존재 가운데 최강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오버에 오버를 더하다보니 급기야는 <투명 드래곤> 같은 판타지의 걸작(푸하하하하하)까지 나오게 됐죠.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아주 진지하고 아주 심각하게 온갖 말도 안되는 과학적 이론을 들먹여가며 용을 현실로 끌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이 시도는 그럴싸하게 먹힙니다. 왜냐하면 보는 내내 즐겁거든요.
<반지의 제왕>을 보며 왜 간달프가 파이어볼을 쏘지 않냐며 흥분했던 어린이들은 시시할 수도 있겠습니다. 근데 원래 과학이란 건 대체로 재미가 없기 마련이잖아요. 그래도 잠시 현실을 잊고 마음을 비운 채 "아, 저럴 수도 있겠다."하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분명 100여분 동안 별난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