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타임 늘리고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늘린 덕분에 내러티브는 부담없고 만족스러워졌음. 원작이 보잘 것 없는 식탁에 놓인 고급요리를 너무 빨리 먹어 체할 거 같았다면, 리메이크작은 느긋하게 차려놓고 놀민놀민 먹으면 되는 부르조와적인 식탁이라고나 할까. 당연한 말이지만, 비명만 지르다가 기절하는 페이 레이보단 기절한척 하다가 낮은 포복으로 도망치기도 하고 저글링도 하며 죽은척으로 킹콩 놀래키기도 하는 나오미 왓츠가 훨씬 더 매력적임. 설정에서 드라마로 확장되어 풍부해진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킹콩도 기술력 덕분에 표정이 풍부해져서 드디어 연기를 할 수 있게 됨. 뭐.. 그러한 이유로 영화 마지막에선 사방에서 훌쩍훌쩍, 앤도 계속 눈물 찍어내고, 마지막 킹콩 떨어질 땐 주위에서 탄식과 함께 "어떡해"라는 대사까지도 들려옴.
몇가지 추가로 주절댈 거리들,
킹콩네 집에 즐비하던 해골들, 킹콩은 초식주의자이기 때문에-일부러 옆에 있는 대형 대나무 뜯어먹는 장면을 집어넣은 이유란?- 색시로 잡아온 여자들을 잡아먹을 필요가 없을 터, 그 여자들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킹콩의 배려심 없는 운동성이라고나 할까...... 나같애도 그 손에 잡혀서 상하좌우 낙차폭 10여미터씩 되는 극심한 흔들림에 시달리다보면 목뼈가 부러져 죽어버리겠더라. 아마도 지금까지 잡혀온 여자들 대부분이 그 시달림을 견디다못해 잡혀오자마자 죄다 죽어버렸을 것임. 앤 대로우는 어떻게 멀쩡했냐고 묻는다면, 뭐.... 댄스와 곡예로 단련된 몸이어서라고 말할 수밖에.......
영화에선 원작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 몇 있는데,
여배우 찾는다는 자동차 안 장면에서 던햄은 페이(레이)를 언급하고 프레스턴은 이미 스케줄이 잡혀있다고 말(하던가???)하자 던햄이 곧바로 "쿠퍼의 영화 말이지"하는데 이 영화가 바로 33년도 작 킹콩임. 배에서 앤과 브루스의 투숏 찰영장면에서, 둘의 대사는 33년도 작 킹콩에서 앤과 드리스콜의 대사 그대로임.(원작에서 잭 드리스콜은 작가가 아니라 터프한 선원임)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열린 킹콩쇼는 원작에서 원주민들이 치루는 의식을 고대로 떠왔음. 흑인 연기자들의 복장, 춤, 그리고 음악까지도. 앤은 잉글혼 선장이 파라미르 아니냐고 했는데 찾아보니, <피아니스트>에서 스필만을 도와주던 독일군 장교였음. 모 매체의 기사가 이해됐음. 누군가는 잉글혼 선장의 창고에서 '수마트라 산 쥐 원숭이'란 푯말을 발견했다던데, 못봤음. 참고로 피터잭슨의 출세작 <데드 얼라이브>에서 좀비화의 주범인 이 수마트라 산 쥐 원숭이를 포획하는 장소가 바로 [해골섬]으로 나옴. 수마트라 근처의 해골섬이라고 하면 뻔하지뭐.
영화를 보며 제일 불편했던 건 해골섬의 원주민들을 그리는 방식이었는데, 더도말고 덜도말고, 짐 호버만의 말처럼 딱 모르도르의 오크들 같았음. 야만에 대한 표현이었다고 해도, 야만 != 문명이란 공식이 그처럼 처음보는 사람들을 다짜고짜 잡아다가 죽이는 걸로는 표현될 수 없다고 봄. 역시 피터 잭슨 또한 서구의 백인일 뿐이라는 점을 증명한 장면이라고나 할까. 또하나, <반지> 3부작 때부터 불안했던 건데, 피터 잭슨, 너무 감동먹으라고 고속촬영과 클로즈업을 남발하는 경향이 생겼음. 모르도르 오크 스타일 원주민과 함께 가장 불편했던 부분. 이러다가 제임스 카메론 짝 나는건 아닌가 싶음. 감동따윈 안먹어도 좋으니 부디 옛날의 재기발랄한 피터 잭슨으로 되돌아와주길.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제일 아름다웠던 장면은, 원작엔 없었던 호수위 얼음지치기 놀이 장면.
어쨌거나 앤 대로우의 경이로운 초강력 목뼈에 경배를! 그 목뼈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아마도 <배드 테이스트> 2편을 봐야했을지도.......
이번엔 '33년도 작품 오리지날 킹콩.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옛날영화스러운 배우들의 연기와 할 말만 딱 하고 마는 대사. 군더더기 없는 빠른 진행, 덕분에 앤 말에 의하면 지루한 줄 모르다가 킹콩만 나오면 진행이 늘어진다나.... 말하자면,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킹콩과 그를 창조한 스탑모션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에 불과하다고나 할까. 윌리스 오브라이언의 애니메이션은 단연 발군! 70여년전에 저런 놀라운 작업을 해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세계 8대 불가사의에 뽑힐 만 함. 물론, 등짝의 털에 손자국 남는 건 뭐.......
피터 잭슨이 이 작품을 리메이크 했다는 사실만 염두에 두고 영화를 보면, 페이 레이의 비명만 질러대는 연기는 짜증 완빵일 수 있음. 왜 리메이크를 해야했는지, 어떻게 리메이크를 할지는 페이 레이의 연기만 보면 대충 감이 옴.
더 보기
피터 잭슨의 <킹콩>('05)가 그대로 따온 영화의 오프닝.
"야수는 미녀의 얼굴을 봤고... 어쩌고 저쩌고..."
선장과 던햄.
오손 웰즈와 피터 잭슨 자신까지 합체한 '05판 칼 던햄과는 달리, '33판 칼 던햄은 풍채좋은 아저씨. 아마도 메리앤 쿠퍼 자신이 저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과일가게에서 사과를 [만지는] 앤 대로우. 절대 훔친게 아니라 그냥 슬쩍 만졌는데도 과일가게 주인아저씨 오버하며 도둑으로 몬다.
잭 드리스콜과 앤 대로우. '05판 과는 달리 드리스콜은 터프한 선원.
이 씬은 '05판에서 대사까지 고스란히 (아마도) 오마쥬 됐음.
'05판에선 앤디 서키스가 연기한 주방장. 여기선 중국인.
해골섬의 지도. 참 자세히도 그렸다.
섬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막아선 방벽(또는 암초)는 이후 여러 작품들에서 적당히 변형되어 쓰이기도......
칼 던햄이 마련해준 의상을 입고 배 갑판에서 카메라 테스트 중인 앤. 저 옷을 본 순간, 칼 던햄은 변태라는 확신이 들었음.
페이 레이의 표정연기는 딱 무성영화 스타일.
'05판에선 섬 해안에서 카메라 테스트.
원주민들의 마을과 거대한 벽.
마을 사람들은 한창 잔치...-_-;;;... 중.....
저 장면은 역시 '05판에서 브로드웨이로 고스란히 옮겨짐.(스샷이 작아서 잘 안뵈네..)
그나저나 '33판에서 그린 원주민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지나치게 정형화된 [토인]스러운 모습이라 사실 귀엽기도. 피터 잭슨이 묘사한 '05판의 모르도르 스타일의 원주민들은 너무나도 지나친 오버라고밖에는...... 사실 해골섬 자체를 비문명=야만의 정형으로 그린 점에 대해서는 수긍이 가지만, 그렇다고 야만=악이라는 공식에는 동의할 수 없음.
붙잡힌 앤. 구경중인 원주민들.
앤을 찾기 위해 킹콩의 뒤를 좇던 선원들........ 수룡에게 먹히고.....
초식공룡에게도 먹히고.......(푸훗!!!!)
'05판에서도 충실히 재현된 통나무다리 장면.
들리는 바로는 바로 이 다음에 거미동굴 장면이 있었는데 짤렸다지 아마....
우리의 티라노 친구 등장~ 앤은 아까부터 대사 하나 없이 계속 비명만 지르는 중.
킹콩 vs. 티라노. 세기의 빅매치!!!!
킹콩의 필살기, 올라타서 아가리 찢기!!!!!!
결국 킹콩 승!!!! 찢어진 티라노의 아가리를 가지고 장난치는 킹콩. 대략 승자의 여유....-_-;;;
힘과 더불어 변태성까지 겸비한 킹콩, 앤의 옷을 하나씩하나씩 벗긴다...... 심지어는 벗긴 옷을 코에 대고 냄새를 킁킁대기도......-_-;;;;;;;
분위기는 딴판이지만, 아무튼 절벽 끝에 앉아서.............................
..흑백이라 석양이 지고 있는지 어쩐지 알 수가 없네 그랴......
그 평온한 휴식을 방해하는... 익룡.
그틈을 타 앤을 데리고 탈출하는 드리스콜.
열받아서 원주민 마을을 습격한 킹콩.
아무튼지간 브로드웨이로 진출한 킹콩. 세계 8번째 불가사의의 칭호를 부여받음.
'05판과는 달리, 앤과 드리스콜은 킹콩 앞에서 맘껏 염장을 질러주시고....... (나같아도 열받겠다..)
아마도 카메라 플래시보단 이 염장질에 가슴이 저며져 발광 끝에 강철 사슬도 끊어먹고......
애꿎은 행인을 잡아드시고........ 어라?? 여기선 육식일세.....
이 와중에도 하필이면 호텔방으로 도망친 앤과 드리스콜을 추적, 드디어 앤을 말 그대로 손에 넣는데 성공하는 우리의 킹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