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 대만의 영화는 이미 몰락했다.
한때 전 동아시아를 호령하던 홍콩영화는 중국으로의 반환 이후 지리멸렬해졌고 그 많던 홍콩영화계를 주름잡던 인물들은 거의 태반이 헐리우드로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대만의 상황은 더욱 안좋아서 과거 국제영화제용 영화를 열심히 만들던 몇몇 감독들마저 이제는 어디서 뭐하는지 모를 지경이 돼버렸다. 헐리우드에서 승승장구하는 [이감독]만 빼고.
좀더 눈을 돌려보면, 한국과 일본이 있다. 일본 영화판이야 자기네가 만드는 애니메이션을 못 뛰어넘는 상황이고(물론 작고 인디한 영화들의 경우는 다르지만. 어떻게 보면 그들의 영화판이 참 부러울 때가 많다.) 한국은 망할놈의 스크린쿼터 축소로 인해서 앞날이 오리무중해진 상태다.(나도 한국에서 만든 마이너한 감성을 가진 영화를 조바심내지 않고 느긋하게 극장에서 보고싶단 말이다!!!)
이렇게 영화강국을 자처하던 나라들의 영화판이 산으로 갈락말락하는 와중에 몇년 전부터 동아시아 영화판의 샛별로 떠오른 나라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성전환자와 섹스관광의 천국으로(만) 잘 알려진 태국이다. 자세한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국왕의 아들인 왕자부터 영화공부를 하고 일선에서 직접 영화를 만들고 있으니 뭐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은 빠방하지 않을까. 실제로 태국영화의 영향력은 코드3 DVD 하나만 뽑아봐도 알 수 있다. 거의 웬간한 코드3 DVD들은 한국어, 북경어, 광둥어와 함께 태국어를 지원한다. 심한 경우엔 한국어 더빙 대신 태국어 더빙이 들어가기도 한다. 동남아시아에 있는 나라들이 모두 태국어를 쓰는 건 아닐텐데도 유독 태국어만 지원한다는 건 그만큼 태국의 영화시장이 크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아무튼지간 이 새로운 영화강국 태국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도 참 다양각색인데, J-호러를 누를 수 있는 유일한 태국호러는 물론이고 대규모 시대물, 드라마, SF와 액션까지 뭐 한국 영화판이 부럽지 않을만 하다. 그리고 한국이 태권도를 가지고 <클레멘타인> 따위의 영화를 만들고 있을 때 태국에선 자기네 전통무술인 무에타이를 가지고 <옹박>을 만들었었다. 그리고 <옹박>의 배우들과 스텝들이 다시 모여 만든 이 <옹박2>는 공식적인 속편도 아니면서 한국에서만 [2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영화다.
그리고 CG도 쓰였다!
원제인 <똠얌궁>은 태국전통음식이라고 하며 영화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태국요리 전문 식당의 이름으로 나오는데, <옹박>에서 옹박이 그러했듯 실제로 영화와는 별 상관없는 제목이다. 뭐 상징성도 없고.......... 하지만 또 대안없는 제목이라고나 할까.
<옹박>이 화제가 됐던 건 무에타이라는 무술의 현란한 움직임보다도 무에타이 챔피언이었다던 토지 쟈에게 얻어맞는 조/단역들에 대한 동정심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영화의 액션은 화끈하고 죽여준다. 그리고 거기에 정확하게 반비례해서 배우들의 연기와 내러티브는 개판이기도 했다.
<옹박2>는 이 장단점을 고대로 업그레이드했다. 액션은 더더욱 화끈하고 죽여주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내러티브는 더더욱 개판이다. 하지만 이건 액션영화다. 아무도 실베스타 스탤론이나 아놀드 주지사에게 고뇌하는 지식인의 내면연기를 바라지 않듯, <옹박> 시리즈에서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나 감동을 주는 내러티브를 바라면 안된다. 아무리 토니 쟈의 대사가 "내 코끼리 어딨어!"뿐이래도 그저 펄펄 날아서 제대로 줘패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말이지....
그리고 아주 고맙게도 영화의 배경이 오스트레일리아다보니 별의별 국제적인 적들이 다 나와준다. 우리는 베트남 출신 중간보스 자니의 현란한 발차기와 온갖 똥폼을 비롯해 남미의 전통무술 카포에라, 중국식 검도, 그리고 무식한 머쓸파워와 최종보스의 채찍액션(앗흥~)까지 버라이어티한 액션을 감상할 수 있다. 여러모로 전편이랄 수 있는 <옹박>에서 보여줬던 뽕맞은 챔피언과의 무에타이 맞짱과는 비교할 수가 없달까.
영화는 동네유지의 아들이면서 공무원인 저놈으 자식으로부터 시작한다.(하여튼 공무원 시키들이란...)
지방공무원 주제에 권총까지 소지하는 저 포쓰.
역시 태국, 만만찮은 나라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액션.... 수상가옥 붕괴와 수상주유소(?) 폭발, 그리고 헬리콥터와 모터보트와의 화끈한 키쓰까지, 영화는 무에타이 외적으로도 스케일업을 외쳐댄다.
<옹박>에서 어리버리한 양아치역을 맡았던 페치타이 웡캄라오는 여기서 제법 똘똘한 경찰로 나온다. 한때 백호주의로 악명높았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동양계 경찰로 활약하는 그는 같은 아시아계 이주민에게는 거의 천사와도 같은 존재...... 지만, 실상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진상납하는 삥을 챙긴다.
페치타이 웡캄라오는 태국의 유명한 코메디언이자 쇼호스트로, <보디가드>("웬 다이아~" 하는 거 말고)란 영화에서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고 한다.
영화의 악역 로즈여사님과 그 꼬봉.
저 삐쩍마른 할배는 막판에 뭔가 보여줄 줄 알았는데, 헤드킥 한방에 나동그라지신다.
로즈여사님은 검은 쫄쫄이 가죽옷과 채찍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보여주시고.....(앗흥~)
시드니 공항에 내린 우리의 주인공, 웬 동양인과 조우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형님]을 몰라보다니 말이야.....
이 영화 최고의 농담. 크크크(<옹박>이 개봉할 때 나왔던 카피를 기억하는가?)
암튼, 주인공의 헤드킥은 보기만 해도 "아이구야" 소리가 절로 난다.
"아이고 죽겠다...."
그렇다. 그도 강철인간은 아니었다.
이 영화가 <옹박>에 비해 훨씬 더 뛰어난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감독의 월등해진 액션연출일 것이다.
바로 아래 스샷에 있는 폐공장(?)과 그 아래 스샷들에 있는 핸드헬스 롱테이크는 아주 빼어나다. 특히 [똠얌궁]의 비밀장소에 들어서면서부터 이어지는 4분짜리 롱테이크는 감독 프라차야 핀카엡(이름이 참 어렵기도 하다)의 액션연출 감이 물이 오를대로 올랐음을 보여준다. 단연코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이라 할만 하다.
(아마도) 아시아 영화사에 길이 남을 롱테이크의 끝은 역시나 이 영화 최고의 명대사로 마무리된다.
"내 코끼리 내놔!!!!!!!!!!"
이어지는 복수혈전. 똥폼의 최후.
그리고 쓸데없이 작두 들고 덤볐다가 나무상자에 머리쳐박은 충성심 높은 주방장 아저씨의 최후.
위에서도 얘기했다시피, 이 영화는 이종격투기가 얼마나 재밌는 건지도 확실히 보여준다.
철권???????
무에타이 대 카포에라
무에타이 대 중국검법
무에타이 대...... 덩어리;;;
2미터 12센티의 거인 나단 존스는 뭐라드라 월드 스트롱맨 챔피언쉽인가에서 챔피언 먹었다는 사람이라던가.......
결코 네오와 스미스 요원의 대결이 아니다. 한명한테 얻어맞고 자빠져 뒹구는 저 불쌍한 엑스트라들......
코끼리로 흥한 자 코끼리로 망한다...는 속담에 대한 증명. 주먹과 발길질로 안되니까 코끼리 뼈라는 흉기로 결국 덩어리를 처치한다.
그리고 뜬금없이 평화를 외치며 영화 끝.
마지막으로 <폴링 다운>, <똑바로 살아라>, <당신이 잠든 사이>, 이 세편의 영화와 이 영화의 공통점은????????
"이놈새꺄! 어디서 할 짓이 없어서 강도질이야! 이놈새꺄!!!!"
신라면, 현미녹차, 튀김우동, 제주감귤, 자일리톨껌, 초록매실, 돌김......
그들의 생존력에 경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