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동네 공사장에서 열심히 삽으로 씨멘트 가루를 퍼다가 큼지막한 채에 거르던 최씨.
스스로 피터 오툴을 닮았다고 자랑하며 소시적에 주안역 앞을 지나가면 뭇 처녀들이 자기를 보고 쓰러졌다고, 안믿기면 말고, 하던 최씨.
양장점 기술을 익히다가 양장점 아가씨랑 눈이 맞아 고향에 계신 부모님 허락도 안받고 덜커덕 결혼하고선 뒤늦은 부모님의 난리 부르스를 못이겨 임신한 아내와 헤어져버린 최씨.
3년이 지나 찾아온 전처에게 위자료 명목으로 전재산을 다 넘겨주고는 이래저래 여기저기 떠돌다가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일당잡부로 뼈가 굵어져버린 최씨.
동네 꼬마애들 나와서 노는 모습을 보다가 새참시간에 막걸리나 소주라도 한 잔 걸치면 가게에서 누런색 밀크 캬라멜을 사다가 한 녀석 한 녀석 나눠주던 최씨. 그러면서 우리 애새끼가 딱 조만할텐데 하며 실실 웃던 최씨.
그러면서 꼭 한 번씩은 내가 젊었을 땐 말야, 별명이 피터 오툴이었다고. 아라비아의 로렌스 봤어? 딱 나라니깐! 하며 허세부리던 최씨.
술만 제대로 마시면 나중엔 삽이며 들지게며 흙손이며가 지 혼자 날아다니며 일 다 한다고, 그럼 자기는 그늘에 적당히 누워 낮잠 한 번 삐뚤어지게 자고나면 오늘 일 땡이라던 최씨.
그리고 딱 열흘 동네 부자집 담장 새로 싹 세워주고는 어느날부터 보이지 않게 된 최씨.
나중에 들려온 뜬소문에 의하자면 아직도 싸우디 아라비아에 할 일이 있다며 그동안 공사판에서 모은 돈을 탈탈 털어 사우디 아라비아행 비행기를 탔다는 최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