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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21일   만화와 드라마와 권력


만화와 드라마와 권력 기억과 주절주절 - 2007년 11월 21일 15시 34분
2007년 11월 21일 15시 34분 2007년 11월 21일 15시 34분
2004년경부터 만화판과 드라마판을 왔다갔다하는 작은(또는 큰) 사건이 있었다.
한 무명 만화가가 인기 드라마가 된 <두근두근 체인지>라는 드라마를 두고 자신의 만화 <내사랑 뚱>을 표절했다고 저작권 소송을 낸 일이었다.
올해 7월까지 끈 소송은 결국 이렇지도 저렇지도 않은 결과를 내고 끝났다고 한다.
판결은, 드라마가 만화의 일부를 표절한 건 인정해도 드라마는 드라마고 만화는 만화니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은 나가릴세, 라고 했단다.

http://socool.pe.kr/bbs/zboard.php?id=Sivi(새 창으로 열기) ->만화 작가가 만든 소송관련 게시판.

http://lukesky.egloos.com/1053521(새 창으로 열기) -> 판결 이후 올라간 한 블로거의 포스팅.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두근두근 체인지>의 작가인 신정구씨는 소송을 건 만화작가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도 했단다. 대충 그 시점이 신정구씨가 <프란체스카>로 한창 뜨고 있을 때였을테니, 자기가 남의 만화의 설정을 베껴왔든 어쨌든 감히 공중파 방송사에서 인기드라마의 대본을 쓰고 있는 나한테 너따위 무명만화가가 개기냐는 엄포였을 것이다.


그리고 요새 또 한창 죽어가는 한류를 되살릴 사명을 가지고 질주하는 <캐왕사신기>가 있다.
4년여의 제작기간과 역대 최고의 제작비로 사전제작 후방송되고 있는 이 초호화 드라마는 이미 방영 되기도 전에 표절논란에 휩싸였었다.

http://hamadris.egloos.com/(새 창으로 열기) -> 이 문제를 처음부터 꾸준히 제기했던 한 블로그

저 하마드리드 가 이글루 별장은 꽤 유명한 블로그이니 저기서 나온 이야기들을 내가 또 리바이벌할 이유는 없고.

비슷하게 작년에 제법 인기있었던 드라마 <주몽>도 철검 제작에 관련된 에피소드와 신녀의 존재가 김혜린님의 <불의 검>을 표절했다는 의견도 제법 있었다. <주몽>이야 워낙에 안티도 제법 있었고(예를 들자면 식권논란이라든가...) <두두체>나 <캐왕사신기>처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블로그가 없었기 때문에 법정논란까지는 가지 않은 듯 하다만.



문제는 저렇게 눈에 빤히 보이는 표절혐의들이 주류언론들에게는 남의 논에 사는 올챙이마냥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는 거다.
인기가수가 어디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의 나라 노래를 표절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만 하면 꼭 한번씩은 한마디 하고 넘어가던 잘나신 주류 언론들이 왜 만화판 일각에선 제법 시끌시끌했던 이 논란들에 대해선 입 한번 안 뻥긋하는지 모를 일이다.

<두두체>와 <캐왕사신기> 표절논란이 한창일 때 난 근 4년 넘게 씨네리를 정기구독하고 있었는데, 자칭 영화와 만화와 티비를 모두 아우르는 종합미디어문화교양지인 씨네리에서 저 논란을 코딱지만하게라도 다룬 것을 본 적이 없다.(아니면 진짜 코딱지만하게 다뤄서 못봤을지도)
씨네리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주간지가 저 사안에 대해 맘먹고 파고들었다면 아마 두 표절 소송의 방향도 지금과는 달랐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류언론은 철저하게 무관심했고 그 결과는 한 무명만화가와 한 유명만화가가 애써서 만들었던 작품의 일부가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하고 표절되는 일로 끝나버렸다. 심지어 표절을 한 드라마작가는 만화가를 소송한다는 적반하장을 보여줬고, 또 주류언론들의 무관심은 한 언론사 기자가 <캐왕사신기>에 대한 기사에서 [만화 <바람의 나라>]가 아니라 [게임 <바람의 나라>]라는 표현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왜? 게임은 여기저기 여러나라 수출하면서 외화획득에 도움이 되지만 만화는 시장도 작고 외국로 수출하는 것도 미비하니깐 아웃오브안중이란 건가? 아니면 그 기자가 정말로 <바람의 나라>가 게임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줄 알았던 걸까?

잘나셨고 교양있으시지만 사실은 무식하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 권력자들은 자기들이 판을 깨버려놓고선 그 판이 깨지는 바람에 쫄딱 망해버린 사람 앞에서 니가 잘못했으니 판이 이지경이 되지 않았느냐고 대놓고 구박하는 무개념짓거리들을 상당히 자주 습관적으로 일삼곤 한다. 그 작태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 만화판을 조져놓은 건데, 지들이 못나서 IMF 터트려놓고선 여기저기 사람들 죽어나간다고 하자 부랴부랴 도서대여점이란 걸 허락해서 안그래도 시장 좁은 만화판을 완전히 죽여놓고선 나몰라라 한다.
일본의 망가 시장이 전 세계를 휘어잡고 있고 미국의 코믹스 시장은 이제 공인된 헐리우드의 구세주가 됐고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유럽의 만화들도 국내에 꾸준히 수입되고 있는데, 잘나신 권력자들께선 만화는 드라마나 영화, 게임 처럼 크게 벌여서 크게 벌어들이지 못하니깐 대한민국 만화판이야 망하든 안망하든 관심이 없다는 걸까.
아무리 권력자들이 무지하고 무개념해도 그게 어쩌다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긴 하다.
약 10년 전, 국회의원 후보로 나온 양반들이 영화와 쏘나타를 저울질 한 이후로 무수한 진상짓과 등신짓 끝에 요새 한국 영화판이 예전보다 좀 나은 건 사실이다. 아직도 장르에 무지한 인간들이 아트합네 하며 장르영화를 조져놓기도 하고 하고 애니메이션은 시장에서 여전히 홀대받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7,8,90년대 보다얀 낫지 않나 싶다.
이건 매체를 무조건 시장과 경제 논리로만 취급한 일이 무수히 많은 현장인력들의 피땀 덕분에 매체 자체가 살아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나마 애시당초 주판알을 튀기면서 시스템을 마련해주었으니 망정이지 80년대처럼 여전히 정치적 무관심용으로 써먹었으면 어찌 됐을지 겁난다.

그런데 만화는?
아무리 실력 출중한 작가가 유럽이나 일본에서 여는 인지도 있는 만화페스티발에서 상을 받아와도 권력자들은 모른다. 애시당초 시스템이 존재해야 생산이 가능한 영화, 드라마, 게임과는 달리 만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매체라서 그런건가? 아무리 생산공정이 개인적이라고는 해도 유통과 소비를 하려면 시장시스템이 존재해야 되는데, 이건 뭐 시장구조 자체가 생산자를 말려먹이는 구조로 돼있으니 출판만화 시장이 뒈지기 일보직전이지.
그나마 인터넷이라도 없었으면 아마 대한민국에서 만화가란 직종 자체가 없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뭐 인터넷 쪽도 대형포탈 아니면 만화가들이 밥벌어먹고 살기 힘들긴 마찬가지다만.....


다시 만화와 드라마의 얘기로 돌아와서,
저렇게 내놓은 자식 취급 받는 만화니 여기저기 개잡놈들이 달려들어 못살게 구는 건 당연한 일.

이제 막 인기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한 드라마 작가가 어쩌다가 보게 된 무명만화가의 만화에서 모티브를 따고 캐릭터를 따고 플롯을 따서 드라마를 썼는데 그게 대박을 쳐버렸다(고 치자). 작가 입장에선 듣도보도못한 만화따위 누가 알랴 싶겠지만, 정작 그 만화를 그린 만화가가 아는 일이다. 그럼 만화가 너는 개인이고 난 뒤에 공중파 방송사라는 거대한 빽을 지니고 있는데 감히 너따위가 내 상대가 되겠느냐 하는 시츄에이션이 벌어지겠지.
이 듣보잡 작가놈은 세상 모든 일도 자기가 쓰는 드라마대본처럼 자기가 콘트롤 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또다른 얘기.
난 <주몽> 보면서 세상에 고구려나 부여에 신녀라는 게 존재했었는지 처음 알았다.
고구려나 부여나 백제나 신라나, 고대왕국 전형적인 특징인 제정일치 국가 아녔던가? 그러니깐 왕이 교황도 되고 왕도 되고, 종교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유일무이한 최고권력자였단 얘기다. 그러니깐 고구려 왕이 직접 동맹을 주관했다고 그러지.
순전히 <불의 검>에서 신녀라는 존재가 그려졌고 그게 그럴싸하니깐 가져다 쓴 거 아냐. 것도 <주몽> 하나 뿐 아니라 <캐왕사신기>까지. 부연하자면 <불의 검>의 가상국 아무르는 종교, 행정, 군사 이 세 분야에 각각 최고권자가 존재한다. 신녀, 마리한, 가라한, 이렇게. 이 셋 가운데 행정수반인 마리한이 나머지 둘 위에 왕으로 존재하고. 왜 신녀만 가져다 쓸 게 아니라 가라한도 가져다 쓰지 그랬냐?
<바람의 나라>에서 중요하게 그려진 사신이란 존재를 역시 가져다 쓴 <캐왕사신기>의 경우, 사신이라는 존재가 김진 작가만의 것이 아니니 굳이 따지고 들 이유까진 없지만, 만의 하나, 담덕이 청룡의 현신이었다라는 설정이었어봐. 아마 송지나, 그리되면 성가실테니 설정을 다르게 잡았을지도 몰라. 아무튼...


뭐 그래서 드라마가 만화의 설정을 가져다가 쓰면서 나 저 만화의 이런이런 설정을 좀 가져왔소, 하고 말 한마디 안하는 건 아주 나쁜 짓이다. 막장이지 아주. 근데 그렇게 베껴다놓고선 잘 만드느냐, 그게 또 아니거든.
내가 원래부터 안티-드라마였던 건 아니다. 나도 어렸을 땐 부모님 따라 주말드라마건 일일드라마건 잘 봤었다. 재미없고 짜증나도 잘 봤었다. 그런데 나이먹고 공중파방송국들의 권력이란 게 어마어마함을 알게 되고 영화에 재미 들이고 하다보니, 드라마따윈 절대 안보게 되드라.
뭐 재미가 있으면 그래도 마눌님 보는 데 옆에서 보긴 한다. 근데 그런 건 내 기억으로 한 열댓개 가운데 하나 정도? 나름 애니메이터와 만화가로 성공하는 게 인생목표라 뭐든 보면서 연출이랄지 캐릭터랄지 하는 걸 은근슬쩍 신경쓰는 편인데, 요즘 어쩌다가 한번씩 보는 드라마들은 이거 뭐 화면연출 하나만 보드라도 싸구려에 저질일 수밖에 없다. 도대체 뜬금없고 의미없는 배경음악은 왜그리 자주 트는 건데? 연출자의 의도대로 화면연출이 안되니깐 억지감정 불러일으키느라고 집어넣는 거 아냐. 그리고 쌈박질이라도 한번 나오면 왜그리 카메라 흔드는데? 뭐 돈없고 스케줄 바쁘고 하니깐 최소투자로 최대효과 볼 요량으로 넣는 거 아냐. 근데 그렇다고 무턱대고 카메라 흔드는 건 연출자한테 연출력이 아예 없다는 얘기거든.
이 두 가지 무개념무실력만 갖고도 드라마 볼 이유는 없어진다. 뭐 앵글이 안이하고 아주 작위적으로 들리는 일상용 대사 등등까지 더 거론할 필요도 없고.
근데 이 개념없고 실력없는 것들이 그저 공중파 방송사라는 권력 밑에 기어들어가서 미디어시장을 깽판내는 거다. 안티 생길 거 같으면 싸구려 이슈들이나 흘려내보내면서.

뭐 드라마가 모두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돈 없는 신인감독이 자기의 온갖 역량을 총발휘해 만든 기발한 저예산영화 수준에도 못미치겠지만 그래도 괜찮게 본 드라마들이 없지는 않다. 그래도 쓰레기보다야 낫단 말이지 방금 위에 말한 저예산영화 수준에 미치는 드라마, 본 기억이 없다.
그러니 내가 안티-드라마가 안되고 배겨? 그렇다고 내가 뭐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수준의 영화만 좋아하는 것도 아냐, 난 이 블로그 이름처럼 삐급으로 스스로를 규정지어놨기 때문에 기발한 삐급저예산영화를 더 좋아한단 말야. 피터 잭슨의 영화 가운데 <데드 얼라이브>와 <밋 더 피블스>를 제일 좋아하는 것처럼.


솔직히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드라마들보다 아직까지 인기를 못얻고 있는 한 무명 만화가가 며칠밤 새워가며 끙끙 앓아가며 혼신의 힘을 다 쏟아부으며 그려낸 만화가 훨씬 낫다. 그렇게 해서도 쓰레기만화가 나왔다고 해도 말야.
같은 쓰레기급이라고 해도 만화는 혼자 못나서 그런 거지만 드라마는 그 거대한 시스템을 가지고 그따위로밖에 못만드는 게 되자나. 도대체 스텝들한테 얼마나 폐를 끼치는 거냐고.
아, 물론 만화 가운데서도 쓰레기 졸라 많다. 일본만화 베끼기만 하는 놈들도 많고, 아주 사고방식이 오덕후가 돼갖고는 그리는 족족 쓰레기인 것들도 많고. 당장 내가 그리는 <멜론>도 쓰레기자나.

근데 문제는 그 쓰레기에게 권력이 있나 없나다. 똑같은 막장인간성을 갖고있는 두 놈이 있는데 한놈은 동네 양아치고 한놈은 경찰관이야. 인간성을 놓고 보면 두 놈이 아주 똑같은데 경찰관놈인 새끼가 더 위험한 거다. 그러니깐 쓰레기만화가 막장동네양아치라면 쓰레기드라마는 막장경찰관인 거다. 씨바 이래서 권력이 위험한 거라고. 권력은 인기드라마 작가가 자기 작품을 표절했다며 소송을 건 무명만화가에게 명예훼손이라며 역소송을 걸 수 있는 힘이다.


드라마는 권력이기 때문에 난 드라마를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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