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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6월 19일   느그들이 루저를 아나???? [슈렉3] (2)


느그들이 루저를 아나???? [슈렉3] 영화 보고 떠들기 - 2007년 06월 19일 14시 24분
2007년 06월 19일 14시 24분 2007년 06월 19일 14시 24분

동네 놀이터에버랜드 안에 있는 빅토리아 극장에서 마눌님과 애기들과 함께 봤다.
하필 나만 연간회원증이 없어서 그 비싼 자유이용권을 끊고 들어가 봤다. 아 아까워. 나도 빨랑 연간회원증을 끊든지 해야지 원......
극장 자리가 자리인지라 아해들도 부담없이 볼 수 있도록 더빙판으로 틀어줬는데, 아으... 에디 머피 전속 성우 아저씨가 맡은 당나귀와 몇몇 캐릭터들 빼곤 싱크로율이 너무 떨어져서 좀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주요 타겟이어야 할 큰아이가 중간중간 무섭다고 난리치고 돌박이 애기는 중간에 징징 울어대서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

뭐 그런거야 예상했던 거고, 문제는 여러 평들처럼 이 <슈렉> 시리즈의 세번째 이야기가 영 난잡하다는 데 있다.

그동안 <슈렉> 시리즈가 좋은 평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디즈니적인 정치적 불공정성의 반대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있었는데, 이번 세번째 이야기는 자기네들이 그렇게 까대던 디즈니적인 정치적 불공정성을 포용하고 들어가고 있다.
행복한 가족을 이루어 잘먹고 잘살았다라는 결말이라니..... 이게 늪지대에서 혼자 조용히 살고싶어 하던 한 녹색 오우거의 의도하지 않았던 삽질여행기 시리즈의 한편이 맞단 말인지.
진정한 막장인생이라면 마누라가 생기건, 애기들이 생기건 여전히 개차반으로 노는 게 맞다. 마누라가 생기고 애기들이 생겨서 책임감을 갖게 된다면 얘는 그냥 착실하고 건실한 청년일 뿐이다.
따지고 보면 슈렉은 겉으로는 단지 방귀를 자주 뀌고 트림을 자주 하는 녹색 오우거일 뿐, 그 껍질을 벗겨놓고 보면 여느 동화책에 나오는 주인공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전통적 동화의 내러티브를 비비 꼬아버리는 <슈렉> 시리즈의 주인공이 그러면 안된다. 애시당초 슈렉은 피오나와 사랑에 빠지면 안됐던 거다. 그냥 어쩌다 보니 파콰드 영주를 죽여버리고 피오나는 친정인 겁나먼 왕국으로 보내버렸음 되는 거였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는 것.
부디 이어질 4편에서는 장성한 슈렉의 아이들이 늪지대를 벗어나 겁나먼 왕국의 멸망을 이끌어오고 권력의 맛을 알아버린 아더왕이 이 녹색 괴물들을 퇴치하는 이야기가 되기를. 그리고 말 안듣는 자식새끼들과 처가집의 위기 사이를 좌충우돌 뛰어다니는 한 늙은 오우거의 눈물겨운 사투가 그려지기를.


그건 그렇고, 영화를 보는 내내 제일 거북살스러웠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영화가 그리는 [패배자]들의 모습이었다.
영화속에서야 패배자로 그려지지만, 챠밍왕자의 편에 서는 놈들의 정체는 사실 디즈니적인 가치관의 반대편에 서있는 [악]일 뿐이다. 그들은 디즈니적인 [선]이 존재하지 않으면 존재 여부 자체가 흔들리는 캐릭터들이다. 후크선장은 자신의 손을 악어에게 던져준 피터팬이 없으면 존재가치가 없어진다. 신데렐라의 새언니들과 백설공주의 새엄마는 역시 신데렐라와 백설공주가 없으면 그냥 보통 여자아이거나 그냥 보통 여왕일 뿐이다.
그런 애들을 불러모아서 [패배자]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것은 디즈니적 가치관을 일단 인정하고 들어가겠다는 말이 된다.(물론 모두 원작들이 따로 있지만, <슈렉>은 태생부터가 디즈니의 반대편에서 상대적 개념을 깔고 들어간 시리즈다. 이건 큰 강점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큰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번처럼.) 그런데 왜 가장 흉한 꼴을 봤던 늑대는 왜 패배자의 대열에 끼지 않았는지. 디즈니가 다루지 않은 이야기라서 그런가?

또한 마녀들은 빼고(얘네는 그냥 일반명사일 뿐이니깐) 외눈박이 괴물도 빼고(얜 어디서 튀어나왔지? <오딧세이아>?) 나무괴물들도 빼고(얘넨 그냥 렙업용 몹이자나!) 후크와 신데렐라의 새언니와 백설공주의 새엄마-와 챠밍왕자도 포함해서-로 대표되는 [패배자]들은 또한 그리 쉽게 [패배자]라는 범주로 묶일 수가 없는 게, 얘네들은 모두 이전에는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애들이라는 것이다.
90년대, 뤠디오헤드의 <크립>의 파장에서 생겨난 루저의 개념은 결코 얘네들처럼 한때 권력을 갖고있다가 주인공에 의해 쫄딱 망해버린 애들이 갖고 있을만한 것이 아니다. 루저는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고 잘하는 거 하나 없이 반 애들에게 맨날 구박만 당하는 왕따 소년소녀들처럼 나름의 처연함을 갖고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서 결국 자기 자신이나 외계를 파괴할 때 진정한 루저의 카타르시스가 오는 법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는 사회가 갖고있는 어두운 면(뭐 현대산업사회의 소외가 어쩌구저쩌구)과 권력과 피권력의 상관관계가 어쨌든간 드러나는 것이고.
말하자면 루저란 당대의 사회적 문제점 위에서 태어난 삐뚤어진 권력관계의 잘못된 사생아라고나 할까.
그런데 한때 권력의 달콤함을 맛봤던 저 [패배자]들은?
그냥 단순한 악역들일 뿐이다. 그것도 마지막에 가서는 디즈니식으로 회개해버리는.

오히려 왕따소년인 아더가 그나마 이 영화에서 가장 루저의 개념에 가까이 간 캐릭터가 되겠다. 물론, 얘도 진정한 루저라고 하기엔 타고난 신분이 있는데다가 왕따가 갖고 있어야하는 제반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지만. 우선 너무 잘생겼고, 학교를 떠나기 전에 강당에서 행한 연설은 너무 밝고 희망차다. 무릇 진정한 루저라면 슈렉에게 끌려나가기 전에 작고 소심한 목소리로 "너네들 다 죽여버릴거야!"만 되뇌면 됐을 뿐이다. 키도 작고, 눈밑에는 다크서클이 3센티미터정도의 폭으로 좌악 그어져있으며 듣기에도 거북살스러운 목소리를 가지고선 말이지. 아, 팀 버튼이었다면 아더의 캐릭터를 그럴싸하게 그려냈을텐데......
아무튼 슈렉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됐을 수도 있는 아더가 그따위로 그려지고 말았다는 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씨발놈의 저스틴 팀버레이크.


아무튼간 부디 제프리 카첸버그가 정신을 차려서 이어질 4편에서는 좀 제대로 막나가는 이야기가 나와주기를......



덧, 백설공주와 레드재플린의 싱크로는 참 좋았다. 이 3편이 그나마 <슈렉>스러웠던 부분은 바로 이 백설공주가 새떼로 성문을 지키는 나무괴물들을 무찌르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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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e 2007년 06월 22일 15시 43분
용인에 사신다더니 역시 거기가 동네 놀이터였군요.

그리고 역시 시리즈물의 한계는 극복이 어려운 거군요.
별쥐 2007년 06월 22일 16시 51분 
아무래도 감독이 바뀐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 못봤지만, 거미맨이랑 카리브해적 3편들 평이 아주 안좋진 않은 건 한 감독이 꾸준하게 끌고갔기 때문이 아닌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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