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읽었던 아라비안 나이트의 한 에피소드에선 올리브기름 단지 밑바닥에서 금은보화가 튀어나왔다.
오늘, 남은 고추장을 플라스틱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안쪽벽에 달라붙은 하얀 곰팡이와 불그죽죽한 잔해들을 뒤섞어 개수대로 내려보내며, 이 작은 고추장 단지 밑바닥에 혹시 어무이가 숨겨두신 보물이 나오지 않을라나 생각했다.
물론 아무 것도 없었고 깨끗하게 헹궈진 단지는 뒤집어진 채 베란다에 뚜껑과 나란히 누웠다.
뒤늦게 생각해보니, 올리브기름 단지 밑바닥에 보물을 숨겨둔 주인은 멀리 여행을 갔다왔었고, 어무이는 원래 어디 멀리 나다니시는 걸, 그러니깐 여행을 즐기시는 걸 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거였군, 하며 깨달음을 얻고는 동남아 효도관광 100일 코스 예약을 위해 코피를 불사르며 텐잡의 세계로 뛰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