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기업첸가에서 하는 행사였을 거다. 커다란 실내 체육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거기에 게스트로 하리수가 왔다. 하리수가 와봤자 할 거라곤 춤추고 노래하는 거였겠지만, 그러진 않았고 대신 막간을 이용해 다른 [남자]들과 실내축구를 했다. 난 그 모습을 거의 버드아이뷰에 가까운 쿼터뷰로 보고있었는데 하리수의 공 컨트롤과 속도가 뭐 이건 펠레나 마라도나 급을 뛰어넘는 거였다. 묘기에 가까운 하리수의 드리블이 하도 놀라워서 주목해보니, 다른 사람들은 거의 체육복이나 운동복에 가까운 옷을 입고 있는데, 하리수 혼자 핫팬츠에 까만 망사스타킹을 신고 위에는 아마 가벼운 잠바 같은 걸 입고 있었다. 그 차림으로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축구의 신 급 묘기를 보여주는 하리수를 보며, 난 하리수의 과거로 돌아갔다.
그니깐, 하리수가 원래는 지금처럼 여자가 아닌 건 다 알테고, 내 앞에 나타나 여자가 되겠다고 하는 하리수는 뭐 키가 좀 작아서 그렇지 초절정 꽃미남쯤 돼보였다. 그니깐 그냥 있으면 엄청 예쁜 남자고 적당히 거칠게 수염을 기르면 나름대로 예쁜 남자가 되는.... 얘가 뭔 돈이 있어서 수백만원씩이나 하는 수술을 하겠냐. 하리수가 찾아간 병원은 (아마도 부평)역사 오른쪽 귀퉁이에 달린 허름한 현관문과 약국이 붙어있는 조그만 병원이었는데, 병원 이름은 [안가의원]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장사 안되는 그냥 그런 의원급 병원같지만, 사실 [안가]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이 병원은 사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비밀의료시설로, 안에 들어가보면 겉과는 다른 첨단인테리어와 함께 열라 싸가지와 재수가 동시에 없지만 실력만은 최상급인 의사 몇몇이 있는, 뭐 그런 곳이었다.
하리수는 여기서 다른 남자애 둘과 함께 성전환수술을 받기로 돼있었다. 아마도 이빨 때문에 하리수와 함께 이곳을 찾은 나는 의사가 수술대를 세팅하는 모습을 봤는데, 겉보기엔 추레한 3층짜리 건물이지만 안에만 들어오면 대략 100여평쯤 돼보이는 실내에 여기저기 파티션을 세웠고 그 파티션으로 나뉜 한 구역이 수술실로, 금속성의 널찍한 (탁자스러운) 베드에 비닐베개 세개를 나란히 놓는게 아마 세명을 나란히 눕혀놓고 한방에 수술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밖으로 나섰는데, 조선족 처자인 문근영을 만났다. 문근영은 왜인진 모르겠지만 역 앞에 선 한 자가용에서 웃통을 벗어제낀 채 뛰쳐나와 가까운 옷가게로 그대로 돌진했고 뒤따라 옷가게롤 들어간 언니의 뒤를 이어 옷가게로 들어가보니 문근영은 웃도리르 외투까지 차려입은 채 밖으로 나오고 있었고 언니는 4천원밖에 없다고 해서 난 지갑에서 2만원인가를 꺼내 언니에게 주었다. 언니가 계산을 하고 나가고 나도 뒤따라 나가려는데 주인이 날 붙잡더니 거스름돈이라며 2만얼마를 건네줬다. 보니 천원짜리는 지폐인데 만원짜리는 A4 사이즈의 서류였다. 난 문근영의 뒤를 열심히 따라가는 언니에게 가서 왜 거짓말을 했냐고 다그쳤고 앞에서 열심히 걸어가는 문근영의 외투 주머니에 만원짜리 서류 두장을 접어넣어주었다. 그러자 언니는 나에게 근영인 아직 세상물정을 몰라 그런 큰 돈을 갖고있으면 안된다고 했고 난 이건 돈같이 않게 생겼기 때문에 괜찮다고 되쏘아줬다.
우리는 다시 [안가의원]으로 들어갔고 대합실에 앉아있자 웬 남자가 다가와 우리를 어느 강당으로 안내했다. 거기선 DOA(주1)가 진행중이었고, 하리수는 이동구(주2)가 되어 수술비를 벌기 위해 시합에 참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가운데 쌈박질 할 공간을 네모나게 남겨둔 채 주위에 둘러 앉아있었고 난 그 가운데 아는 아저씨를 만나 그 옆에 앉으며 물어봤다. 그 아저씨는 방금 1차전이 끝났는데, 쌍둥이 남자 애 둘과 미국인 백인 덩어리가 붙었다고 했다. 덩어리가 쌍둥이 남자 애 가운데 하나를 끌어안고 들어올려 허리를 조이자 그 남자애가 덩어리의 얼굴에 라이터기름인지 신나인지를 뿌리고는 불을 붙였단다. 2차전은 이동구가 된 하리수의 차례였고, 나는 잠에서 깼다.
주1. DOA:Dead Or Alive. 가슴이가 가슴을 출렁거리는 3D 격투게임. 숱한 남자애들이 여자 캐릭터의 출렁이는 가슴을 보기 위해 이 게임을 하면서 날밤을 새웠다. 최근 동명의 영화가 게임을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데본 아오키가 가슴이로 등장.
주2. <천하장사 마돈나>의 주인공. 스스로 여자라고 믿고 성전환수술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씨름대회에 나간다. 근래 한국영화 가운데 수작이라고 하는데, 아직 못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