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 때, 친구에게 빌려 읽은 문고판 <장 크리스토프>에 이런 장면이 있었던 게 기억난다.
파리에서 열라 추레하게 살아가던 장 크리스토프, 어느날 밖에 나갔더니 [메이데이]라면서 시가를 행진하는 일단의 노동자 무리와 마주친다. 장은 그냥 그 광경을 보고 있었는데, 행진을 막는 경찰들이 노동자 무리에게 총을 쏘기 시작한다. 시가는 삽시간에 난장판이 되고 그 와중에 장은 절친한 친구 하나가 노동자 무리에 있다가 총을 맞고 쓰러지는 것을 목격한다.
말하자면 저게 내가 처음 접한 노동절이었다. 달랑 한권으로 압축시킨 그 문고판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는 장 크리스토프가 태어날 때와 죽을 때, 그리고 저 노동절 장면뿐이었으니 어린 맘에 유난히 충격적이었던 듯 하다. 뭐 바로 그 몇년 전에 내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긴 했지만.....
암튼 내일이 노동절이라 연일 계속되는 야근으로 이어지는 출근을 안해도 된다는 깃븐 마음으로 쓸데 없이 노동절에 대해 몇가지 주절주절..... 사실 한달 넘게 포스팅이 없어서 4월 넘어가기 전에 뭐라도 하나 포스팅해야겠다는 급한 맘에....
[노동]이란 단어에 유난히 히스테리를 부리는 한국의 윗대가리들은 곧 죽어도 [근로]라는 말을 쓸라고 하지만, 어찌 [움직여 일한다]와 [열심히 일한다]가 같으랴. 뭐 매달 꼬박꼬박 건물주에게 월세 내면서 조그만 가게라도 하나 갖고 있을라치면 스스로 [사장]을 칭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이 나라에서 "사장님도 알고보면 일용노동자임."이라고 말해봤자 씨도 안먹힐테고, 자본주의 사회에선 자본이 곧 주의이니 잉여자본이 없는 사장님들, 백날 자본가 흉내내봤자 지 얼굴에 똥칠하기란 걸 좀 아시길. 그러니 자본가의 용어인 [근로자의 날]이란 표현은 좀 자제해주시고 능동형으로 [노동절]이라 불러주십사. 그래도 영 표현이 까리하다면 잉글리시애널써커가카가 좋아하시게 [May Day]라고 부르덩가.
암튼간, 노동절의 기원은 다음과 같다.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에서 8만여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보장받기 위해 파업을 하고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경찰들이 어김없이 총을 쏴서 시위하던 사람들이 죽었고, 다음날 30만여명의 사람들이 대규모 시위를 했고, 결국 수많은 노동지도자들이 체포돼서 사형 또는 장기형을 선고 받았고, 3년 뒤인 1889년 7월 파리에서 열린 2차 인터내셔널에서 유럽 각국의 노동지도자들은 5월 1일을 노동절로 삼았고, 이후 지속적으로 하루 8시간 노동을 보장받기 위한 많은 운동과 노력이 있은 끝에 요즘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하루 8시간 노동제가 겨우겨우 정착될 수 있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요기서... -> http://blog.daum.net/iworker/7136371 웃기는 건 노동절의 기원을 만든 미국은 메이데이를 공식적인 노동절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거. 미국의 [Labor Day]는 9월 첫째 월요일이라고 한다.
좌우당간 일제시대부터 시작해서 아주그냥 온갖 탄압과 빨갱이 소리 들어가며 정신줄 놓지 않고 이어져온 한국의 노동운동도 1994년에 이르러서야 합법적인 노동절을 가질 수 있었지만 하루 놀게 해주는 거 갖고 생색이나 내는 정부는 여전히 노동자들의 적일 뿐이다. 뭐 자본주의 정부는 죽어도 노동자 편 들어줄 일 없을테니. 말 나온 김에 씨바 물가라도 좀 어떻게 해봐라, 씨발놈들아! 월급날 아직 6일이나 남았는데 돈이 다 떨어져서 없다! 니네들이야 자본 베이스로 돈이 마를 날 없는 정도가 아니라 돈이 돈을 낳지만 월급쟁이들은 장 한번 볼 때마다 아주 손이 다 떨린다, 씨바. 야채값은 또 왜이리 비싸?
아... 참고로 응급조난신호인 [Mayday]는 프랑스어 [메데(m'aider)]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저 위에 링크 건 민주노총 블로그 가니깐 알켜주네.
***분위기가 분위기인만큼 꽃다지의 절절한 노래 <평온한 저녁을 위하여>를 좀 걸어놓을랬더니 이 망할놈의 텍스트큐브, 또 업로드 에러 나네. 아 성가셔.